여행

제 3화 미칠듯한 폭우~그리고 드디어 기타큐슝서 만난 다이짱

d.d... 2012. 3. 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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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쳤던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거세지더니 여름철의 폭우처럼 바가지로 퍼 붓는다.

그것도 이 겨울에...아주 그냥~~~고마워서 죽을지경이다.

우리가 일본에 온것을 이렇게나 환영해주다니 너무도 고맙다.-_-; 빌어먹을~~~

 

더구나 몸상태도 별로다 한동안 운동을 안했던 몸이 자전거를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자 얼마가지 않아서 퍼질듯 말듯 한다. 친구가 걱정이 많다. 변명하자면 옛날에 운동으로 인한 사고로 무릎수술을 했었고 자전거 탈 준비도 전혀 안되어 있던 몸뚱아리이다. 친구가 계속 말한다.

 

"몸상태 안 좋으면 여기서 돌아가도 된다. 무리하지 마라"

 

이 놈은 같이 시작했지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 걱정해주는 건 고맙다.

이 놈에게 짐은 안되야 할텐데...나도 속으로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도 왕년^^에 운동 좀 했는데 이 정도로 몸이 말을 안 듣다니 후회가 막심하다. 더구나 친구에게 짐까지 되다니...그게 더욱 힘들다.

짐이 된 경험이 없어서...

하지만 자존심은 있어서 괜찮다고 하며 계속 질주했다.

 

선그라스를 쓰면 비가 흘러서 앞이 안보이고 벗으면 눈에 비가 들어가서 눈이 아프다. 앞 뒤 바퀴에서는 모래 알갱이와 물방울이 나를 공격하듯 튀어 오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춥다. 이런 건 예상은 했으나 우리에겐 일어나지 않을것만 같았다. 아니 일부러 잊고 있었던게 정확하다. 가는 도중 길을 물어 볼려고 dvd대여점에 들렀다. 길을 물어본 후 잠시 처마 밑에서 쉬고 있으니 dvd대여점 주인장께서 따뜻한 캔커피 2개와 힘내라는 인사를 함께 전해준다. 여기가 일본이여? 한국이여? 싶다.

오~이렇게 감격 할때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인사를~~

"사장님 감사합니다."

커피를 한 모금 하니 온몸이 사르르~ 녹아 내리는 것 같다. 이런 친절에 힘이 나며 기분이 업됐다.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쉬었다.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보니 확실히 경차가 많이 보인다. 일본사회의 경차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아! 그리고 자동차 도로는 새것처럼 깔끔하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풀이며 쓰레기며 자전거 도로와 갓길이 정리가 안되어 있다. 의외의 모습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건 도로의 배수구가 정말 촘촘히 설치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자본도 아낄겸 융통성을 발휘할만 한데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 입장에서 보면 장단점이 보인다. 융통성과 메뉴얼의 차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일본 정부는 대국민 적자가 엄청나다. 하지만 이런 시설 확충과 관리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어쩔수 없겠구나 싶다. 더구나 땅도 넓으니.

 

다시 몸을 추스르고 길을 나섰다.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진다.

오늘 신세를 질 일본인 친구에게 그냥 가기 미안해서 전화해서 물었다.

"어떤 술을 좋아해"

막걸리가 좋다고 한다.

'호~오~~역시 소문대로 막걸리인가?'

대형상점에 들러서 막걸리를 샀다. 바다 건너 와서 그런지 더럽게 비싸다하기야 한국에서도 원가로 따지면 소주, 맥주보다도 비싼 술이다.

드디어 기타큐슈의 어떤 공원에 도착했다. 집을 찾기 어려워 일본인친구(다이스케짱)가 마중나오기로 했다.

비를 맞고 조금 있으니 다이짱이 도착했다. 정말 반가웠다. 덕분에 살았다.

 

집앞에 도착하고 보니 집이 드라마에서만 보던 느낌의 일본주택이다. 입구는 작은 느낌이나 내부는 정말 아기자기하고 공간의 낭비없이 잘지었다고 생각이든다. 이런 건축스타일도 괜찮구나 싶다.

 

우리의 모습은 정말 죄송하게도 말이 아니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이짱의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바로 샤워부터 했고 세탁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해주신다.

다이짱의 방은 2층에 있었는데 방에 들어가니 이 친구의 스타일과 삶의 수준이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어느 정도 정리 후 저녁 식사를 했다. 다이짱의 부모님들과 외국인(우리) 두명이 식탁에 앉았다. 우리를 위해 저녁식사를 미리 준비하신거라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일본 가정식이었다. 원래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만 몸이 힘든탓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우리가 외국인 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신 가족분에게 다시 한번 또 감사의 인사를...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대접은 우리의 계획에 전혀 없었던 생각하지도 못했던 거였다. 하하^^

 

그 후 우리 세 명은 다이짱의 방에서 맥주, 막걸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는 비록 말을 거의 못해서 듣는 쪽이였지만 친구덕분에 의미는 통했다.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 아메리카 전 지역을 넘다들며 역사,사회,교류, 우리의 비지니스 등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특히 다이짱은 사회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역시 나도 어느 정도 일본사회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터라 일본사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 할수있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서 여러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위해서는 언어란 도구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자기전에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답이 안보였다. 오사카를 가야 신세질때가 있는데 오사카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약 600~700km 였다. 한국에서는 어떻해든 될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현지인과 지도를 펴 놓고 이야기를하니 미친짓이었다. 여름이면 모를까 겨울이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비상용 텐트와 침낭이라도 있어야 여유가 생길터였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자전거와 몸뚱아리 그리고 합쳐서 약 3만엔 뿐이 없었다.

분명 우리는 무작정 달리기 위해 일본에 온것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이런 가장 기본적인 이동에 대해선 생각을 안했었다. 멍청하게도 무조건 자전거면 될거라고...봤다. 동네 앞마당처럼...

 

아무튼 여러가지 걱정에 결정은 내일하고

친구에게 앞으로의 몇가지의 방안을 던져놓고 피곤한 몸을 먼저 뉘였다.

다이짱 덕분에 일본에서의 첫밤을 정말 편안하게 잤다.

 

하지만 이 때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더더욱 상상조차 못했었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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